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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야기

(팩트체크) 종묘는 막으면서 태릉은 연다? "설계의 미학"에 숨은 부동산 전쟁

by kodol75 2026. 2. 2.

[팩트체크] 종묘는 막으면서 태릉은 연다? "설계의 미학"에 숨은 부동산 전쟁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은 "종묘 앞 세운지구 고층 개발은 경관 훼손이라며 반대하는 정부가, 왜 세계유산인 태릉 옆 골프장(태릉CC)은 개발하려 하느냐"며 날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 논란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위치의 문제가 아니라 '경관을 보호하며 개발할 수 있는 설계적 해법'이 핵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 시장의 비판 속에는 정부와 서울시 모두가 직면한 모순이 공존합니다.

 

 

 

🚩 정부의 모순: "공급 앞에선 문화재도 예외?"

정부는 그동안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민간 개발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왔습니다. 하지만 주택 공급 압박이 심해지자 국가 소유인 태릉CC를 활용하려는 모습은 '공공이 하면 개발, 민간이 하면 훼손'이라는 이중잣대로 비칠 소지가 다분합니다.

🚩 서울시의 모순: "고층은 원하면서 훼손은 안 된다?"

오세훈 시장은 세운지구 고층화가 종묘의 가치를 돋보이게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140m대 건물은 종묘 정전에서 바라볼 때 거대한 벽을 형성하게 됩니다. "태릉 개발은 문화재 훼손이라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종묘 앞 고층 빌딩은 괜찮다"는 논리는 논리적 일관성 측면에서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1. 쟁점의 본질: "경관을 해치느냐, 지키느냐"

오세훈 시장의 논리는 "태릉CC 부지 일부가 문화재 보존지역에 포함되어 있으니 개발 자체가 불가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은 매우 구체적입니다.

  • 종묘 세운지구: 이미 최고 145m(약 40~50층) 높이의 구체적인 고층 설계안이 나와 있습니다. 유네스코와 국가유산청은 이 높이가 종묘에서 바라보는 하늘을 가리는 등 경관을 '확정적으로' 해친다고 판단합니다.
  • 태릉 CC 부지: 이제 막 1.29 대책으로 발표된 단계로, 아직 구체적인 설계안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즉, 왕릉의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건물을 낮게 배치하거나 녹지축을 살리는 등 '맞춤형 설계'가 가능한 도화지 상태라는 것입니다.

2. 팩트 체크: "설계로 극복 가능한가?"

①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포함 여부

  • 오세훈 주장: "태릉CC는 부지의 13%가 보존지역에 포함되지만, 세운지구는 범위 밖에 있다."
  • 팩트 체크: 사실입니다. 세운지구(4구역 등)는 종묘에서 100m 이상 떨어져 법적 보존지역 밖이지만, 태릉CC는 부지 일부가 태릉·강릉의 보존지역과 겹칩니다. 오 시장은 법적으로 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한 곳은 태릉이라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② 유네스코 세계유산영향평가(HIA)

  • 정부 입장: "태릉CC는 중저층 위주로 설계하고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쳐 조화롭게 개발할 것이다."
  • 팩트 체크: 유네스코는 이미 세운지구 재개발에 대해서도 영향평가를 권고했습니다. 정부는 태릉은 영향평가를 전제로 추진하면서, 세운지구는 영향평가 이전에 고층 계획 자체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절차적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태릉은 '중저층' 중심의 유연한 설계 예정

국토교통부와 이재명 정부는 태릉CC 개발 시 '세계유산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내걸었습니다. 고층 빌딩을 짓는 세운지구와 달리, 태릉은 경관 축을 피해 건물을 배치하고 층수를 낮추는 등 왕릉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6,800호를 공급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설계도 없는데 반대부터?" vs "보존지역은 예외 없다"

  • 정부 입장: "아직 설계도 안 나왔는데 무조건 안 된다는 건 주택 공급 발목잡기다. 설계 단계에서 경관을 지킬 수 있다."
  • 오세훈 시장 입장: "보존지역과 13%나 겹치는 곳에 설계를 어떻게 하든 세계유산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하다."

3. 모순의 핵심: 세계유산영향평가(HIA) 수용 여부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국제 표준 절차'를 받아들이는 자세에 있습니다.

  • 국토부의 태릉: "유네스코가 권고하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엄격히 받겠다. 평가 결과 경관 훼손이 우려된다면 설계안을 대폭 수정해서라도 추진하겠다."
  • 서울시의 세운: "세운지구는 국내법상 보존지역 밖이므로 세계유산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다."라며 평가 자체에 유보적인 입장입니다.

결국 "경관을 안 해치고 설계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정부의 주장은 이 영향평가를 통해 객관적으로 증명하겠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됩니다.


💡 결론 및 대응 포인트

현재의 논란은 단순한 '이중잣대'라기보다 '설계의 가능성'에 대한 신뢰 문제로 보입니다.

  1. 실수요자 대응: 태릉CC 공급은 세계유산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물량이 소폭 줄어들 수 있지만, 정부의 공급 의지가 확고한 만큼 청약 기회는 유효할 전망입니다.
  2. 관전 포인트: 태릉의 '경관 보호 특화 설계안'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입니다. 만약 왕릉 시야를 완벽히 확보하면서도 6,800호를 채워낸다면, 오 시장의 반대 논리는 크게 위축될 것입니다.

결국 두 사업 모두 '세계유산영향평가' 결과가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만약 태릉CC 개발이 통과된다면, 서울시는 세운지구 고층화에 대한 강력한 명분을 얻게 됩니다. 반대로 태릉CC가 무산된다면, 정부의 1.29 공급 대책은 시작부터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큽니다.